HDB 엘리베이터 층수 표기 이유

싱가포르 HDB 단지 엘리베이터를 타보면 버튼 층수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4층, 14층, 24층처럼 4가 들어가는 층수가 아예 없거나, 다른 표기로 대체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숫자 4를 피하는 이유

이건 화교 문화권에서 널리 퍼진 관습과 관련이 있다. 중국어(특히 광둥어, 만다린)에서 숫자 4(四, sì)의 발음이 “죽음”을 뜻하는 死(sǐ)와 비슷하게 들려서, 오랫동안 불길한 숫자로 여겨져 왔다. 서양에서 13층을 꺼려 건물에 13층을 아예 표기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싱가포르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관습

싱가포르는 화교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보니, 이 관습이 건물 설계와 표기 방식에 그대로 반영된 경우가 많다. 일부 HDB 단지나 콘도에서는 4층, 14층, 24층, 34층 같은 층을 아예 다른 이름으로 표기하거나(예: 3A, 3B 식으로), 층수 순서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설계하기도 한다. 다만 이게 모든 건물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고, 시행사나 설계 단계에서 관습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건물이 그런 건 아니다

최근에 지어진 신축 단지나 국제적인 색채가 강한 상업 건물에서는 이런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다인종·다종교 사회인 만큼, 특정 문화권의 금기를 모든 건물에 강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단지는 4층이 그대로 있고, 어떤 단지는 아예 건너뛰는 식으로 건물마다 제각각인 게 현실이다.

다른 숫자 금기도 함께 존재

흥미롭게도 이런 숫자 관련 금기는 4에서 그치지 않는다. 반대로 8(八, bā)은 “돈을 벌다”라는 뜻의 發(fā)와 발음이 비슷해 길한 숫자로 여겨지고, 실제로 8이 많이 들어간 층수나 집 주소, 자동차 번호판은 오히려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공감꿀벌 시선

이 관습을 보면서 느낀 건, 다인종 사회인 싱가포르에서도 특정 문화의 오랜 믿음이 도시 설계에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숫자 금기가 미신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오랜 정서와 습관이 반영된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이해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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