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TCM, 정식 의료로 등록됐다

싱가포르 거리를 걷다 보면 침, 부항, 안마 같은 문구가 적힌 한의원 간판을 쉽게 마주치게 된다. 중의학,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은 싱가포르에서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니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의료 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공식 등록 제도

싱가포르는 2000년 국회에서 TCM 개업자법(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ractitioners Act)을 통과시키면서, TCM 시술자들을 체계적으로 등록·관리하기 시작했다. 이 법에 따라 2001년 2월 7일 TCM 개업자위원회(TCMPB)가 보건부 산하 법정 위원회로 설립됐다. 침술사 등록은 2001년부터, 한의사(TCM physician) 등록은 2002년부터 시작됐고, 2004년 1월부터는 TCM을 시술하는 모든 사람이 TCMPB에 등록하고 유효한 시술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는 게 의무화됐다.

등록 없이는 침도 놓을 수 없다

2002년 1월 1일부터는 유효한 시술 자격증을 가진 등록 침술사만 싱가포르에서 침술을 시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무분별하게 시술하는 걸 막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TCM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제 체계의 일환이다.

클리닉 자체는 아직 면허제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TCM 클리닉이라는 사업장 자체는 현재 별도의 면허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클리닉에서 일하는 모든 TCM 개업자는 반드시 TCMPB에 등록돼야 하고, 침술이나 추나, 부항 같은 모든 TCM 서비스는 유효한 시술 자격증을 가진 등록 개업자만 제공할 수 있다. 즉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규제하는 방식인 셈이다. 다만 안마를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로 싱가포르 경찰청에서 발급하는 안마업소(Massage Establishment) 면허도 취득해야 한다.

외국 자격증 소지자도 정식 절차를 거친다

해외에서 TCM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싱가포르에서 개업하려면, 출신 국가에서 발급한 유효한 등록증과 시술 자격증, 그리고 최근 3개월 이내 발급된 신원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 내 승인된 TCM 기관에서 최소 1년간의 임상 실습을 거친 후 자격 인정 시험을 통과해야 정식 등록이 가능하다. 단순히 외국 자격증만으로는 시술할 수 없고, 싱가포르 현지 기준에 맞는 검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셈이다.

서양 의학과 나란히 자리한 의료 체계

싱가포르의 의료 체계는 1차 진료 클리닉, 종합병원, 장기 요양 시설과 함께 치과 서비스, 그리고 TCM을 지원 서비스의 한 축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TCM은 서양 의학과 완전히 동등한 지위는 아니지만, 공식적인 의료 생태계 안에 정식으로 편입돼 있는 셈이다.

공감꿀벌 시선

이 제도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TCM이라는 전통 의학을 그냥 민간요법으로 방치하지 않고, 정부가 체계적인 등록 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전통과 현대적 규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절충한 사례처럼 보입니다. 전통 의학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 논쟁은 여전히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누가 시술하는가”라는 문제만큼은 명확한 자격 기준으로 걸러낸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안심하고 TC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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