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급식하는 주민 문화
싱가포르 HDB 단지를 걷다 보면 정해진 시간마다 사료 그릇을 들고 나오는 주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은 그 단지에 사는 길고양이를 정기적으로 챙기는, 이른바 “커뮤니티 캣 피더”들이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위치
흥미로운 점은 길고양이 급식 자체가 명확히 합법이라고 규정돼 있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금지돼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데, 다만 싱가포르는 이 문제를 개인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나름의 관리 체계를 통해 조율하려는 시도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TNRM이라는 관리 방식
싱가포르에서는 길고양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TNRM”(Trap-Neuter-Return-Manage, 포획-중성화-방사-관리)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 동물 복지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해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고, 이후에도 개체 수와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무작정 개체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통제된 범위 안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접근이다.
급식소를 둘러싼 갈등
물론 모든 주민이 이 방식을 반기는 건 아니다. 고양이 배설물이나 소음, 위생 문제를 이유로 급식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동물 복지를 이유로 급식을 이어가려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타운카운슬 차원에서 지정된 급식 장소와 시간을 정해두거나, 급식 후 정리를 의무화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자리 잡은 풍경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고양이를 챙기는 주민의 모습은 HDB 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몇몇 단지에서는 아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급식 당번을 나눠 맡거나, 병원비를 십시일반 모으는 경우도 있다.
공감꿀벌 시선
이 문화를 보면서 느낀 건, 결국 길고양이 문제는 어느 나라든 “개체 수 관리”와 “동물 복지”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제 생각에는 싱가포르가 이 문제를 완전히 규제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고, TNRM처럼 민관이 함께 관리하는 방식을 택한 게 인상적입니다. 다만 이런 방식도 결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해가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