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봉투 유료화 체감기

싱가포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계산할 때 “봉투 필요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필요하다고 하면 소액이 추가로 청구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건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 비닐봉투 유료화 정책 때문이다.

시행 배경

2018년 싱가포르 환경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쇼핑객들은 슈퍼마켓에서만 연간 8억 2천만 개의 일회용 봉투를 가져갔고, 이는 1인당 평균 146개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 수치가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의 규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

연매출 1억 싱가포르달러를 초과하는 슈퍼마켓 운영사는 매장 계산대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봉투 하나당 최소 5센트를 부과해야 한다. 이는 재질과 상관없이 적용되며, 싱가포르 내 라이선스를 받은 슈퍼마켓 매장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NTUC 페어프라이스, 셍시옹, 프라임, 콜드스토리지, 자이언트 같은 주요 체인이 이 정책의 적용을 받는다.

실제 효과는 있었나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시행 첫 해 참여 슈퍼마켓들의 일회용 봉투 발급 건수가 70~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몇 센트일 뿐인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데 꽤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셀프 계산대에서의 ‘양심’ 논란

다만 시행 초기에는 여러 운영사가 셀프 계산대에서 봉투 요금을 소비자 스스로 입력하도록 하는 ‘양심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후 일부 체인은 봉투를 집으면 자동으로 요금이 부과되는 디스펜서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해가고 있다.

공감꿀벌 시선

이 정책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강제로 봉투 자체를 금지하는 대신 “약간의 비용”이라는 넛지를 활용한 방식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 생각에는 완전한 금지보다 이렇게 부담을 살짝 얹어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이, 저소득층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균형 잡힌 접근으로 보입니다. 다만 셀프 계산대의 양심 문제처럼, 정책이 의도한 대로 100% 작동하게 만드는 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Similar Posts

  • 싱가포르 ERP, 도로에도 통행료가

    싱가포르에서 차를 몰고 도심을 지나다 보면, 도로 위에 낯선 구조물이 자주 눈에 띈다. 마치 톨게이트처럼 생겼는데 정작 차가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이게 바로 싱가포르의 전자 도로 요금 징수 시스템, ERP(Electronic Road Pricing)다. 1998년부터 시작된 자동 요금 징수 ERP는 1998년 9월 1일부터 도입된 시스템으로, 차량에 탑재된 단말기와 도로 위에 설치된 게이트가 무선으로 통신하며 자동으로 통행…

  • 싱가포르 그랩 라이더, AI가 배치한다

    싱가포르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탄 배달 라이더를 마주치는 건 흔한 일상이다. 그중에서도 초록색 그랩(Grab) 유니폼을 입은 라이더는 어디서든 눈에 띈다. 이제는 단순한 배달 서비스를 넘어, 싱가포르 생활 인프라의 한 축이 된 그랩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택시 앱에서 시작해 배달까지 그랩은 원래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콜택시 앱이었다. 2013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이어가다 그해 10월 싱가포르와 태국에 진출했고, 2014년…

  • 웻마켓 흥정 아직도 통할까

    웻마켓(wet market)은 말 그대로 바닥에 물이 흥건한 재래시장을 뜻한다. 생선이나 육류를 씻고 다듬는 과정에서 물을 계속 쓰다 보니 붙은 이름인데, 싱가포르 곳곳의 HDB 단지 근처에는 여전히 이런 재래시장이 남아 있다. 정찰제가 기본이지만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정찰제 문화가 강한 나라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쇼핑몰은 물론이고, 웻마켓에서도 대부분의 가게가 가격표를 붙여두고 판매한다. 그래서 동남아 다른 나라의 재래시장처럼 처음부터 가격을…

  • 싱가포르 무단횡단, 벌금 얼마길래

    싱가포르는 도로가 유난히 질서정연하기로 유명하다. 차들이 신호를 철저히 지키는 건 물론이고, 보행자들도 무단횡단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무단횡단 자체가 벌금 대상이기 때문이다. 무단횡단, 실제로 벌금이 있다 싱가포르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적발되면 20싱가포르달러에서 최대 1,000싱가포르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3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특히 좌우 50미터 이내에 육교나…

  • 싱가포르 국경일 퍼레이드 티켓 구하는 법

    매년 8월 9일 싱가포르 국경일이 다가오면,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건 다름 아닌 NDP(National Day Parade) 티켓이다. 콘서트 티켓팅처럼 빠르게 클릭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선착순이 아니라 추첨(발라팅) NDP 티켓은 콘서트 티켓팅이나 한정판 제품 구매와 달리 선착순으로 나눠주지 않는다. 신청 기간이 끝난 뒤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린다. 그래서 신청…

  • 웨이스트 분리수거 진짜 되나

    싱가포르 HDB 단지 곳곳에는 파란색 재활용 수거함, 이른바 “블루빈(Blue Bin)”이 설치돼 있다. 겉보기엔 잘 갖춰진 분리수거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허술한 구석이 있다. 분리수거는 의무가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분리수거는 개인의 자유이며, 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제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종량제 봉투나 분리배출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