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랑구니 아저씨 폐품 수거 문화
HDB 단지에 살다 보면 가끔 멀리서 경적 소리나 종소리 같은 게 들리면서 “카랑구니~”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듣는 사람은 낯설 수밖에 없는데, 이건 오래된 신문이나 폐가전, 헌 옷을 수거하러 다니는 이른바 “카랑구니 아저씨”의 신호다.
카랑구니라는 이름의 유래
카랑구니(karang guni)는 말레이어로 “포대 자루”를 뜻하는 말에서 왔다. 예전에는 수거한 신문지나 헌 옷을 담을 때 실제로 그런 포대를 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말로 옮기면 “고물상 아저씨” 정도가 가장 비슷한 느낌이다.
이들은 트럭이나 손수레를 끌고 HDB 단지 골목을 돌면서 경적, 종소리, 혹은 육성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린다. “카랑구니, 포쥬아, 구사꼬르, 파이레리오, 디안시키” 같은 표현을 외치는데, 풀어보면 “헌 신문지, 헌 옷, 고장 난 라디오, 텔레비전 삽니다” 정도의 의미다. 이 소리를 들으면 주민들은 미리 모아둔 신문지나 고장 난 가전제품을 챙겨서 내려오거나, 집으로 올라와 달라고 부른다.
돈을 받고 파는 방식
한국의 폐지 수거와 다른 점은, 여기서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 간다는 것이다. 신문지나 옷의 양에 따라 소액이지만 현금을 지불하고, 이렇게 모은 물건은 나중에 되팔거나 재활용 업체로 넘긴다. 고밀도 주거 형태인 HDB 단지 특성상 짧은 시간에 많은 물량을 모을 수 있어서, 이 방식이 오랫동안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에는 골목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재활용 배출함이 각 단지마다 설치되고, 사람들이 온라인 중고 거래로 직접 물건을 처분하는 경우가 늘면서 카랑구니를 찾는 수요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그래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최근에는 트럭을 이용하거나 디지털 플랫폼에 광고를 올려 고객을 모으는 등 나름대로 방식을 바꿔가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거한 물건들이 모이는 곳도 따로 있다. 우드랜즈 인더스트리얼 파크의 마켓 가이아 구니(Market Gaia Guni)에는 15개의 판매대가 있어 주말과 공휴일에 중고 옷, 전자제품, 골동품 등을 판매하고, 오래전부터 중고 거래로 유명했던 승가이로드(Sungei Road) 일대는 지금도 “승가이로드 그린 허브”라는 이름으로 시계, 조각품, 자전거 헬멧 같은 다양한 중고 물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남아 있다.
싱가포르인들의 기억 속 카랑구니
흥미로운 점은, 카랑구니를 떠올릴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게 그 특유의 “소리”라는 것이다. 경적 소리와 외침이 골목 사이로 울려 퍼지면, 그 소리만으로도 카랑구니가 왔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 소리를 듣고 창밖으로 뛰어가 손을 흔들거나, 모아둔 신문지를 들고 뛰어나갔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공감꿀벌 시선
카랑구니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게 단순한 폐품 수거가 아니라 순환경제라는 개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었던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처럼 재활용이 정책이나 캠페인으로 강조되기 이전부터, 이미 생활 속에서 “버리는 대신 값을 매겨 되파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다만 디지털 중고 거래와 재활용함이 보편화되면서 이 직업 자체가 서서히 줄어드는 흐름은,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그 특유의 골목 풍경과 소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도 함께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관찰과 정보 정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